교회 공동체 안에서 ‘장로’라는 명칭은 매우 익숙하지만, 그 기원과 성경적 의미를 명확히 이해하는 경우는 의외로 드뭅니다. 현대 교회에서 장로가 행정적 의결권을 가진 직책이나 오랜 신앙생활에 따른 명예직처럼 인식되기도 하지만, 신약성경 원문과 초대교회의 기록을 살펴보면 장로의 성격은 전혀 다르게 묘사됩니다.
신약성경에 나타난 장로는 권력의 자리가 아니라, 성도들의 영혼을 돌보고 진리를 수호하는 영적 청지기이자 목양자였습니다. 신약성경에 기록된 장로의 어원적 정의부터 자격 판단 기준, 사역의 구체적 실행 순서, 현대 교회가 주의해야 할 예외적 오해까지 체계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성경 원어로 살펴보는 장로의 개념과 상호 호환적 명칭
신약성경에서 장로를 올바르게 이해하려면 헬라어 원어 단어 세 가지를 먼저 살펴야 합니다. 신약 기자인 사도들은 오늘날처럼 교단별로 엄격히 구분된 직급 체계를 사용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직분을 다각도로 설명하기 위해 세 가지 단어를 상호 호환하여 사용했습니다.
세 가지 핵심 헬라어 용어의 의미
- 프레스뷔테로스 (Presbyteros, πρεσβύτερος)원래 의미: ‘나이가 많은 사람’, ‘연장자’, ‘원로’를 가리킵니다.성경적 의미: 신앙적 경륜과 인격의 성숙함을 지닌 인물을 뜻합니다. 유대교 전통의 회당 장로 개념에서 자연스럽게 초대교회로 이어진 호칭으로, 공동체의 신뢰를 받는 성숙한 지도자를 가리킵니다.
- 에피스코포스 (Episkopos, ἐπίσκοπος)원래 의미: ‘감독(Overseer)’, ‘돌보는 자’, ‘관리자’를 뜻합니다.성경적 의미: 장로가 감당해야 하는 직무의 성격을 보여줍니다. 성도들의 영적 상태를 두루 살피고, 이단적 가르침으로부터 공동체를 지키며 질서를 관리하는 사역적 기능을 나타냅니다.
- 포이멘 (Poimen, ποιμήν)원래 의미: ‘목자(Shepherd)’를 뜻합니다.성경적 의미: 장로의 태도와 관계 방식을 설명합니다. 억지로 양 떼를 지배하는 군주가 아니라, 길 잃은 양을 찾아 돌보고 꼴을 먹이는 돌봄의 역할을 가리킵니다.
명칭의 동일성을 입증하는 성경적 근거
신약성경 본문은 장로와 감독, 목자가 서로 다른 계급이 아니라 동일한 대상을 지칭함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 사도행전 20장의 밀레도 강화: 사도 바울은 에베소 교회의 장로들(프레스뷔테로스)을 부른 뒤(17절), 그들을 향해 “성령이 여러분을 그들 가운데 감독자(에피스코포스)로 삼고 하나님의 교회를 보살피게(포이마이노, 목양하게) 하셨다”(28절)라고 권면합니다.
- 디도서 1장 5-7절: 바울은 디도에게 각 성에 장로들을 세우라고 지시한 직후, 곧바로 “감독은 하나님의 청지기로서 책망할 것이 없고”라며 장로와 감독의 자격을 동일선상에서 다룹니다.
- 베드로전서 5장 1-2절: 사도 베드로는 자신을 가리켜 “함께 장로 된 자”라 부르며, 동료 장로들에게 “너희 중에 있는 하나님의 양 무리를 치되(목양하되) 억지로 하지 말고… 자원함으로 하라”고 권면합니다.
이처럼 신약성경에 등장하는 장로는 지배 계급이 아니라 성숙한 인격으로 교회를 보살피고 양 떼를 먹이는 목양적 청지기였습니다.
2. 신약성경이 요구하는 장로의 직분 자격과 판단 기준
바울 서신(디모데전서 3장 1-7절, 디도서 1장 5-9절)에는 장로(감독)를 세울 때 점검해야 할 매우 엄격하고 구체적인 기준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성경은 세상적인 학벌, 재력, 사회적 지위, 사업적 성공을 자격 조건으로 제시하지 않습니다. 핵심 기준은 도덕적 인품, 가정생활의 성실성, 그리고 말씀에 대한 충실성입니다.
장로 임직 시 검증해야 할 핵심 판단 기준
- 인격적·도덕적 성숙도책망할 것이 없음: 공동체와 사회로부터 비난받을 만한 공개적 흠결이 없어야 합니다.절제와 신중함: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근신하며, 분을 쉽게 내지 않아야 합니다.온유함과 평화 추구: 다투기를 좋아하거나 구타하지 아니하며, 관용을 베풀 줄 알아야 합니다.물질에 대한 태도: 돈을 사랑하지 않고, 부당한 이득을 탐하지 않아야 합니다.
- 가정에서의 청지기적 책임한 아내의 남편: 성적 순결성과 부부 관계에서의 신실함을 지켜야 합니다.자기 집을 잘 다스림: 자녀들을 온전한 공경과 훈계로 양육해야 합니다. 자기 가정을 돌보지 못하는 자가 하나님의 교회를 돌볼 수 없다는 것이 성경의 직접적인 논리입니다.
- 가르침의 역량과 진리 수호가르치기를 잘함: 성경 말씀을 바르게 이해하고 타인에게 권면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바른 교훈에 대한 견고함: 미혹하는 자들의 잘못된 가르침을 분별하고 반박할 수 있어야 합니다.
- 공동체 안팎의 평판신앙의 연조: 새로 입교한 초신자는 교만하여 마귀의 정죄에 빠질 수 있으므로 제외해야 합니다.외인(불신자)에게서의 선한 증거: 교회 바깥 사회에서도 정직하고 본이 되는 인물로 인정받아야 합니다.
이러한 조건들은 장로가 외적인 지위가 아니라, 일상적인 삶 전체로 복음을 증명해야 하는 영적 리더십임을 확인시켜 줍니다.
3. 신약성경에 나타난 장로의 사역과 실행 순서
초대교회에서 장로가 실제로 감당했던 구체적인 역할은 크게 목양, 가르침, 행정적 치리, 그리고 성도를 위한 중보 기도로 나뉩니다. 이 사역들은 무질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성경적 질서와 원리에 따라 단계적으로 실행되었습니다.
장로 사역의 4단계 실행 절차

“ [1단계: 양 떼의 영적 상태 진단 및 관찰] ↓ [2단계: 성경 말씀에 기초한 가르침과 권면] ↓ [3단계: 영적 갈등 중재 및 공동체적 권징] ↓ [4단계: 연약한 자 심방과 회복을 위한 기도] “
- 양 떼의 영적 상태 진단 (목양적 관찰)장로는 공동체 구성원들의 신앙 상태와 삶의 형편을 지속적으로 살펴야 합니다.거짓 가르침이나 세속적 유혹이 교회를 침투하지 못하도록 경계 근무를 서는 파수꾼의 자세를 취합니다(행 20:29-31).
- 말씀에 기초한 가르침과 권면 (진리 사역)연약하거나 낙심한 성도를 발견했을 때, 개인의 경험이나 철학이 아닌 성경 말씀으로 교훈하고 위로합니다(딤전 5:17).교회 내에 교리적 혼란이 발생했을 때 사도적 가르침에 근거하여 기준을 확립합니다.
- 공동체적 치리와 질서 회복 (행정 및 분별)공동체 안에 분쟁이나 비윤리적인 죄악이 발생할 경우, 사도행전 15장의 예루살렘 공의회처럼 장로들이 함께 모여 회의하고 분별합니다.독단적인 처벌이 아니라 마태복음 18장의 원리에 따라 1대 1 권면, 증인 동행, 교회적 선언의 순서를 지켜 회개를 촉구합니다.
- 연약한 자를 위한 심방과 기도 (회복 사역)야고보서 5장 14절의 가르침에 따라 병든 자나 고난당하는 성도의 요청이 있을 때 찾아갑니다.주의 이름으로 기름을 바르고 믿음으로 간절히 기도하여 영육 간의 치유와 죄 용서를 구합니다.
4. 교회사적 발전과 직분 이해 시 주의할 예외 사항
초대교회 이후 기독교 역사가 전개되면서 장로 제도는 교단과 신학 전통에 따라 형태가 분화되었습니다. 이 차이를 혼동하거나 성경 본문을 왜곡하여 적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교단별 직분 구조의 이해
역사적 전통에 따라 장로 직분을 이해하는 방식에 차이가 존재합니다.
- 장로교 전통: 장로를 크게 ‘말씀과 가르침을 전담하는 장로(목사)’와 ‘교회의 다스림과 심방을 맡는 장로(치리장로)’로 구분합니다(딤전 5:17의 구절에 기초). 복수의 장로들로 구성된 당회, 노회, 총회가 교회를 운영하는 대의 민주적 연합 형태를 띱니다.
- 감독교 전통 (성공회, 감리회 등): 초기 교회사(2세기 이후 교부 이그나티우스 시대)에서 감독이 장로보다 상위 계급으로 분화된 역사적 흐름을 일정 부분 수용하여 감독(주교) 중심의 직제 구조를 발전시켰습니다.
- 침례교 및 회중교 전통: 개별 지역교회의 독립성과 만인제사장직을 강조하며, 신약성경의 장로와 목사를 동일한 직분으로 보고 목사와 집사 중심의 직제 구조를 취하기도 합니다.
직분 적용 시 주의해야 할 3가지 예외와 왜곡
- 단일 지도자의 독재적 운영 금지 (복수 장로성)신약성경에 기록된 거의 모든 초대교회는 한 명의 독점적 장로가 아니라 ‘복수의 장로들(Elders)’이 공동으로 사역했습니다(행 14:23, 딛 1:5).특정 개인이 교회의 모든 의사결정을 독단적으로 좌우하는 것은 신약성경의 집단 목양 원리에 위배됩니다.
- 계급적 서열화에 대한 경계평신도에서 집사, 안수집사, 장로로 승진하는 구조는 성경 본래의 개념이 아니라 후대에 정착된 행정적 체계에 가깝습니다.성경의 직분은 신분상의 우열이 아니라 은사와 사역의 역할 분담일 뿐입니다.
- 물질적 기여도 중심의 선출 오류헌금을 많이 하거나 사회적 지위가 높다는 이유로 장로를 세우는 관행은 성경적 자격 기준(디모데전서 3장)과 정면으로 배치됩니다.성경은 언제나 거룩한 삶의 열매와 성령의 충만함을 최우선 평가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5. 자주 묻는 질문 (FAQ)
Q1. 구약성경의 장로와 신약성경의 장로는 어떻게 다른가요?
구약성경의 장로는 이스라엘의 각 지파와 씨족을 대표하는 연장자들로, 사법적 재판과 국가적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족장적 성격이 강했습니다. 반면 신약성경의 장로는 그리스도의 피로 사신 지역교회 성도들을 영적으로 돌보고 양육하며, 진리의 말씀을 가르치는 목양적 사역자로서의 성격이 핵심입니다.
Q2. 신약성경에서는 목사와 장로를 어떻게 구분했나요?
신약성경 원문에서는 목사(Poimen)와 장로(Presbyteros), 감독(Episkopos)이 별개의 계급으로 명확히 나뉘지 않았습니다. 동일한 직분자가 감당하는 인격적 성숙함(장로), 사역적 돌봄(감독), 사랑의 목양(목자)을 복합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현대 장로교에서는 디모데전서 5장 17절의 구분을 바탕으로 말씀을 전파하고 가르치는 장로(목사)와 교회를 보살피는 장로(치리장로)로 분업화하여 적용하고 있습니다.
Q3. 초대교회에서 장로는 어떻게 임직되었나요?
사도들과 지도자들은 교회의 추천과 동의를 구한 뒤, 금식하며 기도하고 성도들 앞에서 손을 얹어 안수하는 방식으로 장로를 세웠습니다(행 14:23, 딤전 4:14). 단순한 다수결 투표가 아니라, 성령께서 공동체 가운데 세우신 표지를 공동체가 공적으로 확인하고 확증하는 영적 과정이었습니다.